난 분명히 잘 못하고 있으니 깝치면 안 된다
오판을 하거나, 무능을 보였거나, 후회를 남겼다면 나는 스스로를 개 멍청하다고 비난하고 놀리며 죽을 것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친다.
나는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대신에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닦달하는 것을 더욱 견딜 수 있게 몸과 마음을 길렀다. 하루를 망치면 귀갓길에 최선을 다해 나를 욕하고, 집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15km 이상을 뛴다. 이렇게 하면 몸이 몹시 지쳐서 스스로를 비난할 정신이 남아나질 않아 나를 지킬 수 있다.
스스로를 심하게 비난하는 것이, 내가 나에게 참 못해준다 싶어서 고치고 싶었던 버릇이지만 오래도록 잘 되진 않았다. 이제는 그만두려는 시도들마저 다 때려쳤다.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 스스로에게 좋은 말 해주고 격려해주라는 말 너무 많이 듣는다.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게 좋겠지? 생각하며 내 성격은 왜 이따구인지 고민했다. 왜 나는 나에게 좋은 말을 못해주지? 빨리 너를 잘 격려해! 부둥부둥 해줘! 하며 스스로를 비난하는 내 자신을 보았다. 그래서 그냥 다 때려쳤다.
"모든 것을 따지고 나면 난 분명히 잘 못하는 것이 있으니 깝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 이게 낮은 에고라고 하는 무엇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친구나 지인이나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거나 스스로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신기하고 부럽다. 난 스스로를 떳떳하게 생각할만한게 별로 없다.
몹시 가끔 하는 커피챗에서도 상대방에게 내 성과를 말해야 할 때면 과도하게 쭈뼛댄다. 멘토링 같은건 할 생각이 없는데 지금도 잘 못하고 있는 나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싶어서다.
자기 혐오를 통해 몸과 마음을 꽤나 부정적인 방식으로 강화했다. 꽤 잘 견딘다. 스스로를 비난하는 나 자신을 비난하는 행위 정도는 좀 안 하게 되긴 했다. 내 본래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많이 받아들인 덕분이다. 사람 성격을 이루는 어떤 부분들은 고칠 수가 없고 그냥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
좋은 점 몇개는 뚜렷하다. 강제로 겸손해진다. 근데 진짜로 내새울게 없는 사람이다. 어떤 순간의 어떤 장소 에서도 난 무언가 못 하고 있다. 그것이 오늘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집을 못 치우고 잤다 - 는 정도의 것일지라도.
칭찬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세상엔 칭찬을 잘 못 듣는 사람이 있지만 칭찬을 잘 못 믿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 어떤 순간의 어떤 장소에서도 난 무언가 못 하고 있다. 칭찬할 게 있을리가 없다.
망해가는 회사에서 허우적대거나 했던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사회생활에서 누군가의 격려가 필요했던 순간이 거의 없다. 바라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순간 심리적으로 자생했다.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의 과거의 나와 조금 나아진 오늘의 나를 비교하며 어느 정도쯤 사람이 되었는지 헤아려 보는 것이, 칭찬보다 훨씬 동기부여가 된다.
그래서 누군가를 잘 격려하지도 못한다. 주위 사람들 힘내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직장과 생활에서 보다 뽀짝한 리액션과 함께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스스로를 싫어하는 성격이 쿨하고 사는게 지장없다고 생각해서 내심 이것을 뻐길 의도로 블로그에 이런 뻘글을 쓰고 있는거 아니냐며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