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번 이상 들은 인터뷰들

유튜브 인터뷰 컨텐츠 추천
2025년 10월 12일 /
#culture

요새 인터뷰 컨텐츠를 듣고 보면서 일상의 영감을 많이 채우고 있다. 내가 만나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통해주는 인터뷰어들에게 고마움이 크다. 올해 두 번 이상 보거나 들은 인터뷰 컨텐츠들 정리해본다.

무비랜드 라디오 - 박시영

"본능적으로 전 알았던 거 같아요 일단 고립된 사람들이 망가진다는 거"

"이태원의 모든 클럽에 VIP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사는게 재미없다." "내 안의 양아치 근성을 다스리지 못하면 안된다." 는 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경북 구미에서 룸살롱 웨이터를 하던 중학생이었다가 서울로 도망쳤다. 고생하고 성장하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가 됐다.

나는 마초성이 드러나는 사람이 대부분 멋 없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이 아저씬 멋있었다. 그것은 이 아저씨의 제스처와 말투에서, 지랄맞은 자신과 자신에 대한 혐오를 극복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과의 화해를 이뤄냈다는 암시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거친 이야기들이 그 홀연한 화해를 이루고서야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된 듯, 툭 툭 쉽게도 던져지는 편이다.

최성운의 사고실험 - 이해인

"나만 잘해서 되는 일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대부분의 일은 같이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같이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었을 때 그들이 했다고 느껴지게 해 주게 말하는게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러니까 어쨌든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고 싶지 서브이고 싶지 않잖아요."

아이돌 연습생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며, 데뷔를 못하면 그동안 준비한 것들이 다 쓸데 없어지고 쌓은게 없는 취약한 인생을 살아야 하리라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맞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해인은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했지만 같은 업계에서 훌륭한 디렉터이자 존경할만한 직장인이 됐다. 연습생 시절은 업계를 더 잘 이해하고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안목을 만들어줬다. 긴 단체생활과 프로듀스 101에서 리더 역할을 하며 동료들을 응원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배웠다.

삶이란 모든 순간 배우고 그것을 동력으로 뭔가가 되고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대다수가 아는 길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무언가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무시하는 사람은 삶에 대해 뭔가 모르는 사람일 테다.

SPNS TV - 임진모

"기획사가 주도하다 보니까 얘들은 기획사의 상품이 되는거야. (상업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나쁘게 말하면 공산품이 되는거지. (공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이런 멋지고 나이 든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좀 더 좋은 포장과 유통과정을 거치면, 나를 포함한 소위 MZ들에게도 재미있고 좋은 통찰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토킹 헤즈가 1977년도에 냈던 Psyco Killer로 2025년에 공식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매일경제 같은데서 "한국 음악 자본 영향 너무 많아" 이런 기사에 멘트가 따져서, 음악 평론가 임진모는 "~라면서 비판한다." 라는 식으로만 세상 밖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게 아쉽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Kpop 아이돌 세계관 그게 뭐냐 그냥 자본관이지.", "서태지는 꼴리는대로 음악을 할 수 있었고 그것 때문에 슈퍼스타가 됐다."라며 일갈하고 솔직하다.

이런 '어른' 인터뷰이의 이야기들을 기가 막힌 깔로 만들어내는 SPNS TV의 시도에 개 샤라웃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어른을 보는 관점과 그들과 으레 나누는 대화의 짜칠 것으로 예상되는 성질을 유쾌하게 비켜나가는 지적인 쿨함 같은게 있다. 같은 원리로 엄정화 편과 김장훈 편도 몹시 추천.

이반지하의 이면지 - 김규진

"사회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피해자이기만 하다. 그것은 거짓말인 것 같아요. 큰 면에서 피해자지만. 저희 책임도 있긴 한거에요 당사자로서의. 그래서 말하신 것처럼 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커밍아웃을 더 하는게 맞지 않나."

김규진은 퀴어 씬에서도 "저 사람은 대체 누구지" 였다. 너무 일반인이었는데, 아이를 출산하여 키우기로 한 레즈비언이었다는 사실 하나로 일약 유명인이 됐다. 본인은 유명인이 아니라 일반인도 오픈리 게이로 직장생활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고.

자신의 정체성을 비집고 드러내 어떤 사람과 사람 앞에서 내보여야만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받게 된다. 이것은 유구한 사실이라서 퀴어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은 퀴어를 막대할 가능성이 높다. 김규진에게서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사실 자체에서 오는 떳떳함, 그리고 이를 다른 퀴어들에게도 촉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동시에 느껴진다.

레즈비언 부부는 법적으로 한부모 가정이다. 미혼모와 다른 여자 한명 취급을 받는다. 김규진은 한부모 가정 가점을 받아 자신의 자식을 어린이집 0세반에 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요새 사람들 좋아하는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면,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면 된다.


Written by 김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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