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맥스 블로그

주관적인 온스테이지 베스트

없어져서 아쉽다...

온스테이지 없어진다길래 좋아하는 영상들을 한 번 정리하고 가야겠지 싶었다. 블로그에 유튜브 임베드로 영상도 한번 걸어보고 싶었다.

이게 뭐지 싶어도 계속 듣게 되는게 있었고 너무 좋아도 다시 안 찾는 것도 있었다. 지금의 디깅은 알고리즘 탓에 실패율이 떨어져서 첫인상이 별로인 걸 접하기가 힘들어졌다.

가장 좋거나 계속 다시 봤던 10개를 골랐다. 오래된 순으로 정렬했다. 평가 같은건 당연히 못 되고 느낌 정도 정리했다. 음악 취향은 원래 모던락 쪽에 가까웠고 힙합은 거의 안 듣는다. 정렬해보니 알게 된 것인데 점점 전자음악 쪽으로 나아갔다.

고른 것 중에서는 그냥 그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있고, 개인적인 기억 때문에 꼽은 것도 있고, 무대의 이미지와 연출 면에서도 계속 떠오르는 것이 있는 것들도 있다.

1. 검정치마 - Antifreeze(2011. 12. 5.)

Antifreeze는 우당탕탕 데구르르한 맛이 좋고 이 영상의 기록 방식은 그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촛불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노래를 운동권 동년배들 모인 집회에서 민중가요처럼 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면 이 무대를 종종 떠올렸다.

2. 쏜애플 - 이유(2013. 1. 31.)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핸드폰 가져와서 몰래 봤다. 내가 아는 한국 노래 중 가사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보랏빛 커튼과 핀 조명 윤성현의 일그러지는 얼굴이 영상의 이미지를 잊기 힘들게 만든다.

3. 김대중 - 햇볕 정책(2013. 6. 20.)

이 시기 야외를 배경으로 한 온스테이지 영상을 좋아한다. 길바닥 핸드폰 가게 앞 버스 지나가는 소리 위로 블루스를 불어재끼는 아저씨를 사람들이 흠칫대다가 피해간다. 지금 보니까 비까지 왔었네...

4. 언니네이발관 - 아름다운 것(2015. 4. 8.)

분위기가 차분한 것에 비해 컷이 여기로 갔다 저기로 갔다 굉장히 산만한데, 이게 또 노래랑 찰떡이라서 댄서블한 불안함 같은 것이 표현된다. 카메라가 움직일 때 지직대는게 잘못인지 의도됐는지 모르겠다. 여러모로 의뭉스럽다.

5. 김사월 - 악취(2016.01.21.)

라이브 찍으려고 동굴까지 가다니... 너무 좋다. 이때 주변 사람들한테 보면 죽을 것 같은 영상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지금 보니 김오키씨가 색소폰 부른다.

6. 실리카겔 - sister(2016.09.1.)

9를 뽑을까 sister을 뽑을까 고민했는데, sister가 밴드 전체가 카메라에 잡히게 멀리서, 위에서 잡아주는 장면이 많아서 뽑았다. 만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와서 핸드폰으로 봤던 기억이 나는데 뭔지 모르겠는 밴드, 가사, 오색 조명, 모래사장, 근데 개쩐다는 건 알았다.

7. CIFIKA - Intelligentsia(2017. 2. 23.)

식물 속에서 전자음악 틀고 부르는 사람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봤다. 인위적인 것으로 극단인 음악과 초록 빛깔은 조화를 이루고 온스테이지는 조명을 잘 쓴다.

8. XXX - 수작(2019. 1. 10.)

랩하면서 당최 움직이질 않는 김심야가 이 시기 등장한 정육면체 안에 잘 들어가 있다. 처음엔 믹스매치로 이해했지만 복잡하고 차가운 비트와 랩에 정적이고 차분한 매너가 또 잘 맞는 느낌.

9.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 무동력(2019. 2. 21.)

소리가 몇 개 없는 노래고 사운드가 너무 잘 전해져서 다 들을 때 쯤에는 몸에서 힘이 빠지고 유영하는 듯 하다. 죽음 직전의 모습을 담은 노래라고 한다. 어두웠다 밝아졌다 다시 어두워지는 수순마저 너무 어울리는 무대.

10. 박문치 - 네 손을 잡고싶어(2019. 10. 24.)

네 손을 잡고 싶다고 하면서 전혀 잡고 싶지 않은 것 같은 표정으로 묵묵한 노동으로 안무를 수행하던 그의 나이를 추정하던 댓글이 생각난다. 온스테이지에 귀한 안무가 있는 무대. 울희액희도 보십쇼.

이외 후보

  • 파블로프 - 얄개들
  • 가리온 - 무투
  •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 뻘밭에서
  • 술탄오브더디스코 - 탱탱볼
  • 전범선과 양반들 - 아래로부터의 혁명
  • 도마 - 이유도 없이 섬으로 가네
  • 웨일 - Scientist
  • 선우정아 - 구애
  • 재키와이 - Munch Drunk Purpp
  • 서울전자음악단 - 서로 다른
  • 새소년 - 긴 꿈
  • 파라솔 - 베게와 천장
  • 김광진 - 동경소녀
  • 콜드 - 사랑해
  • 정우 - 나에게서 당신에게
  • 유라 - 춤
  • 백예린 - 지켜줄게
  • 보수동쿨러 - 0308
  • 해서웨이 - 낙서
  • 김뜻돌 - 삐뽀삐뽀
  • 250 - 춤을 추어요

제 취향을 밝혔으니 음악 추천 해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끝)


Written by 김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