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

몇 개의 카테고리로 올해를 돌아봅니다, 2024.12.31

일(플렉스팀)

올해 내내 딱 한 가지 일만 했다. 강하게 결합된 하나의 코드베이스를 마이크로 프론트엔드에 걸맞는 구조로 전환하고,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기.

  • 1Q: 모노레포 패키지 개수 줄이기
  • 2Q: 모노레포 패키지 의존성 정리 및 모니터링
  • 3Q: 마이크로 앱간 상태 결합 정리 작업
  • 4Q: 모노레포 해체 작업(진행중)

올해 내내 잘못된 코드 결합만 뗐다. 서비스에 대한 기여는 거의 못하고 부채만 치웠다. 그마저도 매우 고생한 것에 비해 성과가 안 났다. 작년에 커리어 하이라고 말 했던게 사망플래그였다.

4Q에는 수없이 많은 에러를 잡아내고, 입사하기 전부터 제품의 역사와 함께한 암묵지와 부채를 제거하며 코드베이스를 분리하기 위한 준비만 하다가 끝이 났다. 내년엔 고생의 결실을 맛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커리어에서 가장 극한 상황에 놓인 한 해였다. 정말 스트레스가 높았다.

  • 변경이 몇 천 줄인데 애플리케이션 여러개가 기존과 똑같이 동작한다는 것을 보장해야 했다.
  • 수천 줄의 모듈 참조와 복잡한 의존성을 변경하는 자동화 스크립트를 짰다.
  • 결합도가 너무 높아 변경과 배포 순서 계산이 틀리면 즉발로 장애나는 상황에서 작업했다.
  • 복잡한 의존성을 끊기 위해 매우 많은 모듈들의 코드를 다른 모듈로 내재화하거나 복붙했다.
  • 새롭게 패키징된 모듈로 참조 대체한 후 타입에러가 나지 않을 때까지 CI를 돌리고 고치는 것을 반복했다.
  • 30명이 사용하는 새로운 개발 플랫폼과 코드베이스 구조 설계를 주도하고 설득하고 검증했다.
  • 뭘 선택하든 무조건 불편하고 좋은 선택지가 없어서, 뭘 먼저 달성하고 포기할 것인지 고르는 것이 괴로웠다.

엔지니어로서 굉장히 큰 각성을 하게 되었다. 정신 차리고, 좋은 상태에서, 좋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그 어떤 일도 똑바로 해낼 수 없었다.

팀 동료들은 잘 되는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도 상황을 낙관하고 천천히라도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감각을 되세기는 법을 알려줬다.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개운치 않은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올려 흐린눈 하지 않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방식도 알려줬다. 이들과 같이 일을 할 수 없었다면 퇴사했을 것이다.

나는 "지독한 노가다 속에도 예술과 낭만이 있다." 라는 말을 줄창 하고 다니며 의미를 찾는데 골몰했다. 재미가 없으면 재미를 찾아야지 했다. 그럼에도 많은 순간 예민하고 날카로워져서 친절을 유지하기 몹시 어려웠다. 내년엔 직장에서 더 많이 웃고 따뜻한 말을 많이 건네고 싶다.

현재 팀의 상황에서, 모두가 십시일반 기여하는 엔지니어링 플랫폼은 불가능하다. 강력한 오너십과 비전을 가진 플랫폼 엔지니어가 "알지 못해도 알아서 잘 돌아가는 영역"을 잘 정의하고 떠받치고 있어야 한다. 30명이 100명이 되어도 버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좋은 동료도 더 필요하다.

건강

담배를 완전히 끊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좋은 상태의 몸과 정신을 가지고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가 크다. 담배를 끊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쓰는 것 보다 평생 담배를 피워본 적 없는 사람처럼 구는 것이 더 효과가 좋았다. 담배를 피워온 세월이 꽤 되어 이제 이별의 애뜻함 같은 것을 느낀다. 담배를 평생 못 핀다고? 역시 너무 슬프다.

올해 946km를 뛰었다. 2년간의 달리기 회고에서도 썼지만 올해 정신 건강과 체력에 큰 기여를 했다. 하프마라톤에도 나갔지만 내년 달리기는 경쟁적으로 하기 싫다. 내년에도 혼자 열심히 뛰어다닐 것이다.

집에서 하는 근력운동 세션을 총 140번 했다. 풀업을 더 잘 하게 되어서 좋다. 내년엔 중량을 더 늘리고 싶고, 좀 더 아침에 꼬박꼬박 운동을 해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잘 될지 모르겠다. 애초에 열심히 안 한다.

건강검진에서 안 좋은 결과들이 나와서, 내년엔 치료가 필요하다. 그 중 하나로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는데 스트레칭으로 조금씩 차도를 보이고 있다. 병원을 몹시 싫어하는데 건강 관리상 필요한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다. 내년엔 병원에 더 거부감없이 잘 다니고 보험과 관련해서도 좀 더 알아봐야겠다.

작년보다는 소비 실패를 많이 줄인 것 같다. 사용하는 항목이 정해진 생필품들을 제외하고 다른 물건들을 오프라인에서 구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옷은 오프라인에서 사는 것이 온라인보다 우월하다는 깨달음이 많았다. 내년엔 소비를 좀 더 줄여야할 것 같은데 "정말 필요한 소비"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올해 괄목할만한 소비 항목은 가전과 가구. 지금껏 돈을 그렇게 많이 쓰지 않았는데 제대로된 것들을 사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 조명과 스마트전구, 공기청정기, 무타공 정수기, 중고 허먼밀러 의자를 샀다.

올해 투자 수익률은 만족스러웠다. 내년엔 나도 자신이 없고 시장 상황도 걱정이 많아서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조금 마음 놓고 투자를 하고 싶은데 정말 잘 안 된다. 여전히 매수매도를 너무 자주 하는 경향이 있고, 음전한 종목들에 조바심 내는 부분들이 아직 잘 고쳐지지 않았다.

"건전한 법인"을 구별하고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내년에도 많이 공부할 것 같다. 또한 개인의 재무에 관련해 알고싶은 것이 많다. 내년은 청약, 연말정산, 부동산, 절세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다.

생활

상반기에는 혼자 연극을 많이 보러 다녔었다. 갑자기 18편을 보았다. 과거의 나를 복원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많이 알려진 작품보다는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대학로극장 쿼드와 같이 주로 소규모 작품을 올리는 곳만 다녔다.

재미있고 감각을 환기하는 광경을 많이 보았다. 종종 친구들을 데려간 것도 옆에서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커다란 재앙을 맞닥뜨린 무기력한 개인의 반응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반기에는 작년의 결심처럼 지인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많이 돌리고 많이 보았지만, 하반기에는 일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약간 힘들어졌다. 대화할 때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느낌을 자주 받아서 약속을 많이 줄였다. 나는 정말 스스로가 힘들 때 타인으로 나가는 화살표가 확 줄어들어 버린다.

8월부터는 연애를 시작했다. 나 혼자였으면 찾아보지 않았을 영화, 가보지 않았을 장소를 가볼 수 있어 즐겁고 산뜻했다. 회사 일이 힘들어질수록 애인에게 많이 의지한 경향이 있다. 내년에는 통째로 같이 즐겁게 지낼 예정이다.

연말 혼란한 시국이 펼쳐졌을 때, 대학사회와 진보의제에 참여하며 집회에 자주 참석했었던 10년 전이 많이 생각났고 현재의 나도 당장 지금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굉장히 강하게 받았었다.

40권 읽었다.

이방인(알베르 카뮈) / 전락(알베르 카뮈) / 제 3제국사(2) / 타입으로 견고하게 다형성으로 유연하게 / 숫자의 진짜 의미를 읽어내는 재무제표 분석법 / 페스트(알베르 카뮈) /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20%만 쓰는 연습 /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 피닉스 프로젝트 / 업종별 상장기업 재무제표 하이라이트 /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 다락방(사카테 요지) / AI 투자 전쟁 / 클라우드 네이티브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 하드씽 - 경영의 난제를 푸는 최선의 한 수 / 켄트 백의 tidy first? / 적지와 왕국(알베르 카뮈) / GPT-4, ChatGPT, 라마인덱스, 랭체인을 활용한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 LEAN HR - 당신의 스타트업은 안녕하십니까 / 단위 테스트 / 읽기 쉽고 코드리뷰하기 좋은 코드 작성 가이드 / 마인드풀 러닝 - 케냐 이텐에서 찾은 나를 위한 달리기 / 리액트 훅을 활용한 마이크로 상태 관리 / 구의 증명 / 느리게 나이드는 습관 /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구축 / 달라붙는 감정들 / 정신머리 / 동조하기 / 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 /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 / 한 권으로 끝내는 배당주 투자 / 비욘드 크라이시스 / new workers - editor, planners / 쉬운 천국 / 나다운 집 찾기 /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내년엔 투자 책들 그만 읽고 인공지능, 역사, 좌파 책들 읽고싶다. 읽고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고도의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블로그

블로그에 총 10개를 포스팅했다. 확실히 개발 외의 글이 많이 늘었다.

I'm not cool, I'm not smart, I can't even parallel park(2024.02.05) / 4년차 개발자 김맥스는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2024.03.17) / 매드맥스와 길고 곧게 뻗은 선(2024.06.28) / 2년간의 달리기 회고(2024.10.05) / 난 분명히 잘 못하고 있으니 깝치면 안 된다(2024.10.10) / 소프트웨어 모듈 간 결합의 종류(2024.10.22) / 개발 플랫폼 엔지니어링에 대한 4가지 고민(2024.12.07) / 이렇게는 살아갈 수 없다(2024.12.07) / React 웹 프론트엔드 로컬 개발 서버의 동작 방식(2024.12.17)

모든 글을 AI를 이용해 영어로 번역했다. 애드센스를 붙여보려고도 했지만 성인 게임 광고 뜨는것보고 경악한 후 다 내렸다. 미관상 너무 안 좋다.

글을 작성하면 트위터와 링크드인에 링크를 올렸다. 나름의 컨텐츠 생산과 유통이었던 셈인데, 내년엔 판로를 더 많이 찾고 싶다. 특히 영어로 쓴 글에 대해서도.

글을 조금 더 짧게 자주 쓰고 싶다. 1개의 긴 글이었을 포스팅도 몇개로 나눠서 쓰거나 하는 방식으로 글쓰기의 빈도를 올리고 싶다. 그래야만 독자들과도 자주 인사하고 버릇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엔 이렇게 살고 싶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들을 자주 생각하고 싶다. 올해는 하고싶은 것이 많아서 참 탈이었다. 다 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시간을 관리하기보다, 하고싶은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하고 싶은 것들이 그렇게 많았던 이유는, 장기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기술을 더 많이 탐구하고 기술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요즈음엔 어느정도 충족된 면도 있고 관심도 많이 없어졌다. 그럼 다음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생각하고 있다.

내가 내 삶에서 좋아하고 추구하는 덕목들이 있지만, 그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복무할만한 삶의 테마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될 수도 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려 하고 발견할만한 계기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어워드

(끝)


Written by 김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