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성장해야겠다
Charli xcx는 brat의 수록곡인 I think about it all the time에서 친구의 아기를 만났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아기에게서 아름다움과 기쁨을 느끼며 자신의 피임약 복용을 중단해야 할지 고민한다.
찰리 고민의 코어는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모종의 기쁨 혹은 경험에 대해, 전혀 모른 채로 인생이 흘 러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친구 부부는 그녀가 모르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And now they both know thesе things that I don't")
소설 구의 증명의 "담"은 이모에게 어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모는 최대한 설명하다 화를 내며 "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단정짓는다.
이해하지 못했던 담은 "내가 지금 죽어버리면 그건 영영 모르는게 되는 거잖아!" 라며 화를 낸다. 무언가를 지금 당장 알 수가 없으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분노가 치미는 일이 되기도 한다.
개발자가 되지 않은 나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초반이 힘들었던 잡지 에디터로 계속 일하고 버텼으면, 지금쯤 자율권이 생겨서 더 즐기며 쓰고싶은 것 쓰며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결국 삶의 어떤 방식과 가능성을 평생 알지 못하게 되었다는 두려움 혹은 아쉬움에 닿는다.
그동안 스스로를 팽창시키는 방식으로 이런 느낌들에 저항했다. 더 행복하고 더 대단해질 가능성을 허투루 넘기지 않겠다는 투로.
가능성들은 이런 모습이었다. 개발자가 되었으니 기왕이면 실리콘밸리에서 일해야 하는게 아닌가. 살면서 몇십억 정도는 벌어봐야 하는게 아닌가. 그러면 더 알아야 하고 나는 더 뻗어나가야만 한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소화해야 한다. 생활을 빡빡하게 유지하고 조바심을 내며 계획을 짜다가 몹시 지쳐버렸다.
퇴근하고 침대에 나자빠져서 생각한다. 몰라 두려운 세계와 만나기 위해 내가 커지기보다, 그냥 개 누워있고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나와 가까운 곳을 더 면밀히 바라보고 더 알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삶이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삶에 취해 살았던 것은 아닌지.
올해는 작은 목표만 세웠다. 멀리 나아가기보다, 나를 가까이에서 둘러싼 것들에 대해 더 알고 싶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 주 50시간 노동하며 잠 좀더 많이 자는 정도로 그칠지는... 모르니까 사람들이 이 글을 대충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