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cool, I'm not smart, I can't even parallel park

올리비아 로드리고, 2024.02.05

olivia rodrigo

현재 기준 대우주팝스타인 올리비아 로드리고에 대한 감상

1)

"brutal" 에서, 그녀의 세계를 잔인하게 만드는 범인은 그녀 자신이다. 돌아버릴 것같이 스스로는 너무 못났다. 사람들 신경 쓰고,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 같고, 쓴 노래는 다 싫고, 친구는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어보인다. 평행 주차도 못한다.

I'm not cool, I'm not smart, I can't even parallel park. - [brutal], SOUR(2021)

"deja vu" 는 전여친인 자신과 즐겼던 구남친 취향의 무언가들을 현여친과도 반복할 구남친에게 그거 다 재탕이라고 일갈하는 노래다. 같이 글리 재방송을 볼거고, 빌리 조엘을 들을거고, 옷도 바꿔입을 거라면서.

어떤 깨달음이나 결론으로 치닫는 노래는 아니다. 사실 노래의 가장 중요한 진실은 그녀가 구남친의 현재 연애를 상상할수록 아주 빡이치고 있다는 것이다.

So when you gonna tell her? We did that too / She thinks its special. But It's all reused. - [deja vu], SOUR(2021)

"brutal" 은 내 스무살 즈음을 생각하게 했다. 내 세계를 잔인하게 만드는건 나를 싫어하는 나 자신이었다. 나도 내가 쿨하지도 똑똑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deja vu"는 묘했다. "재탕"하는 사람이 나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애 레퍼토리 재사용은 모두가 거듭하고 있는 것일테고, 그녀도 최신의 연애에서는 재탕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텐데, 왜 이렇게 화내니... 싶은 생각이 들더라.

물론 노래는 "정말 생각할수록 빡쵸"이고, 어떻게 생각하면 나는 이제 그녀에게 "너도 인생 좀 더 살아보면 안다." 관점의 감상을 가졌던 것이니 아주 부적절하다.

현재의 나는 그녀의 나이 때보다 쿨해지거나 똑똑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남친을 향한 그녀의 분노는 관대하지 않다며 은연중에 생각하면서 억울해했던 걸 보면, 나는 그녀보다 때 타고 흐물흐물해져서 그녀 현재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과거에 비춰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다행히 나 아직 주차는 못 한다.

2)

그녀 음악에서 아주 잘 드러나는 정서 중 하나는 이중성이다. "get him back!" 에서 잘 나타난다. 양가적인 감정들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실제로 어떻게 할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내가 지금 당장 개같은 구남친 상처주고 싶은데 잘해주고도 싶고, 때리고 싶은데 점심도 만들어 주고 싶고... 그냥 그 감정이 노래다.

Oh, I wanna key his car. I wanna make him lunch. I wanna break his heart. Stitch it right back up. I wanna kiss his face. With an uppercut. I wanna meet his mom. And tell her her son sucks, yeah - [get him back!], GUTS(2023)

의미없는 가사로 불안함을 표출하거나, 파괴적인 상태를 드러내는 이모한 사운드들 - 근래 대중음악의 가장 있기 있는 지점이 그녀 음악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대중이 그녀의 이미지 중 가장 많이 차용하는 것도 미쳐버린 미국 여고생의 정서가 심히 불안해 보이는 모습들이다. "all-american bitch" SNL 라이브 무대에서 식탁에 올라가 빨간 케이크를 칼로 찌르고 부숴버리고 얼굴에 바르며 끝날때쯤엔 활짝 웃으며 무대를 마치는 모습이나, "good 4 u" 뮤비에서 불타는 집에서 기쁘게 방방 뛰며 소리치는 모습들이 그렇다. 그녀 음악에 대한 대중의 해석과 시대적 배경이 그녀를 슈퍼스타로 만들었다고 이해하기에 맥락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는 본인이 의도한 바가 아니다. 그녀는 싱어송라이터로써 자신의 음악이 여성 저항음악(female rebellion music, riot-grrrl punk)의 계승에 가깝다고 밝힌다.

I think female rebellion music, for lack of a better description, is my favorite music ever. I’ve been obsessed with the riot-grrrl punk scene for a while, and “All-American Bitch” was my stab at trying to write a song like that. - [Olivia Rodrigo on the Meanings of “Guts”], THE NEWYORKER(2023.09)

I feel a lot of kinship toward women, and I love writing songs about these female feelings of anger and resentment that aren’t so easily expressible in everyday life. - [Olivia Rodrigo on the Meanings of “Guts”], THE NEWYORKER(2023.09)

라이브에서 관객이 그녀의 음악에 동조할 때가 가장 멋진 순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My favorite songs to sing are the really angry ones, especially on tour. I love looking out in the audience, and sometimes I’ll see these girls and they’re so young, they’re seven or eight, and they’re screaming these angry songs and getting so hyped up and so enraged, and I just think that’s the coolest thing ever. - [Olivia Rodrigo on the Meanings of “Guts”], THE NEWYORKER(2023.09)

그녀는 인터뷰 기사나 TV 토크쇼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라이브로, 2022년 글래스톤배리 무대를 꼽는다. 미국에서 산모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49년 만에 뒤집혔던 사건이 일어난 시기였다. 그녀는 무대에서 해당 판결을 뒤집는데 찬성한 대법원 판사 이름을 부르며 그들에게 Fuck You를 헌정한다. 아주 아주 화가 났었다고.

종합하면, 그녀의 음악에서의 격한 감정 표출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혼란의 정서로 읽는 것은 시장의 겨우 시장의 관점이다. 그녀는 그녀 노래의 감정들이 저항으로 이어지고 퍼지길 바라는 아티스트다.

trivial

사실 이 글 자체도 그녀의 현재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격한 노래들을 위주로 논의를 진행했지만, 사실 그녀 앨범에는 서정적이고 차분한 노래도 많고 다 좋다. "happier" , 스타덤에 오르는 계기가 된 노래였던 "drivers license", 지역 대학에서 시 수업을 들으면서 썼다는 "lacy" 추천

GUTS 월드 투어를 진행중이시다. 현재 북미를 돌고 계신다. 2024년 연말 쯤에 아시아 스케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카더라가 있다... 내한하면 무족권 갈텐데...

(끝)


Written by 김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