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개발자 김맥스는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4년차인데 돈 값 못하면 곤란하다. 디버깅, 퀄리티 보장, 기술적 선택 등은 못하는게 있으면 안 된다.영향도가 높은 실수, 시행착오, 협업에서의 답답합이 보이면 안되는 연차이기도 하다.
개발은 예전과 비교하면 재미가 떨어졌고 비즈니스와 제품에 여러 수단으로 기여하는게 재미있다. 꼭 개발이 아니더라도 나의 가용한 자원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일 을 되게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 관점에서 엔지니어 자아는 미약하다. 나는 회사원이고 비즈니스를 관철시키는 팀의 일원이다. 차이라면 주로 제품 관점에서 생각하고 제품의 현재와 미래에 기여한다. 이런 컨셉 아래에서도 엔지니어링 강도와 밀도가 높은 일(지금 하고 있는 일이 딱 그런데)을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유지되어야한다.
이 관점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를 자문해보면 다음과 같다.
제품이나 엔지니어링 방향성에 대한 의사결정이 90% 이상 맞아야한다.
100% 맞는 것은 미래를 봐야하는 영역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가정하면 목표는 90%. 의견이 관철되지 못하더라도, 미래를 볼 수 없고 불확실성이 높더라도 최대한 좋은 방향을 손 끝으로 짚는다.
내가 투자하는 학습과 시간은 의사결정 타율을 높이기 위해 움직인다. 회사의 비즈니스 기여 에 별로 도움 안 되는 공부는 안 한다. 다만 더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 좋은 컨디션 유지, 지속적인 퍼포먼스를 위해 주말에 더 잘 논다.
의사결정 타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다른 하나는 "일 안하기"이다. 하지 않아도 될 일 안 하기, 그리고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내가 안 하기.
근면해야 한다.
정확한 결정을 하기 위해선 근면함이 중요하다. 여기서의 근면함은 일찍 일어난다 이런 차원의 것은 아니고, 업무를 둘러싼 특정 상황, 맥락의 본질 그 밑으로 부지런히 뛰어들 수 있는 태도를 뜻한다.
일을 하다보면 맥락이든 지식이든 어떤 레이어 밑으로 더 알아보고 싶지 않거나 들어가보고 싶지 않은 심리적 저항선 같은게 생긴다. 요기 밑으로 내려가면 굳이 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다. 잘 이해하는데 실패해서 제안이 틀리거나 책임지기도 힘들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이는 저항 내지 불안을 끊임없이 극복하고 계속해서 짧은 시간 안에 맥락을 파악하고 거의 언제나 의미있는 의견을 낸다. 이걸 잘하는 동료가 바로 옆에 앉아있는데 많이 배우고 있다.
기대치를 계속해서 이겨내야 한다. 계속되는 피드백을 받고 응답해야한다.
조직의 커져가는 기대치에 부응하는 일은 중력을 극복하는 일과도 비슷하다. 내가 성장할수록 나의 질량은 더 커지고 나에게 가해지는 중력도 커진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기대치와 피드백은 더 다양해지고 많아지는 것이다.
피드백들은 물론 나를 성장시키지만 그 안에서의 불편한 상황도 더 많이 늘어난다. 그리고 나같은 인간은 겉 태도는 긍정적일지라도, 속으로는 "왜 저런 생각을 미처 못했지 나는 진짜 개 멍청하다"는 식으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피드백은 가끔 도트데미지가 된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더 원할히 가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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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더 잘하게 되는 내 모습은, 제품 설계를 잘하고 클린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은 아니고, 더 극한 비즈니스/제품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사람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10번, 100번 제품에 대한 결정을 단 하나도 틀리지 않고 결정해야 한다면? 맥락이 너무 많아 그 어느 것도 본질로 제대로 들어가기가 몹시 힘든 상황이라면? 강한 피드백을 이곳 저곳에서 받으며 계속 기대치가 높아져만 가는 상황이라면? 이런 상황을 다 견뎌내고 조직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엔지니어라면, 이미 코드 잘 쓰기나 제품 설계 정도는 잘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편이다.
좀 더 나중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가 하는 일이 계속 어려워지는게 좋다. 극한 문제를 어렵다는 지각 없이 밥먹고 양치를 하듯 일상적으로 다뤄야 그 속에 탁월함과 여유가 깃든다. 더 잘 해낼 수 있게 된다. 나는 그게 성장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