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무협지
책이 무협지의 서술 방식을 사용한다. 현재 모두가 아는 그 회사의 이름은 설명 뒤에, 의협을 바로세우러 강호로 나가는 협객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오미디아는 본업을 그만두고 두 사람을 고용하여 자기가 하는 일을 돕게 했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삭제하고 경매 플랫폼에 이베이 eBay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가 웹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최고의 상품을 편리하게 안내하는 가이드로 계속 되돌아가는 경험을 했다. 이 가이드는 야후 Yahoo라고 불렸다.
스탠퍼드대학교에 다니는 19세의 침착한 학생이 나이에 비해 훨씬 더 지혜롭게 보였다. 그가 바로 샘 올트먼 Sam Altman이었는데, 나중에 그레이엄의 뒤를 이어 와이콤비네이터의 기업정신을 계승했다.
스타트업 씬에서 살며 내가 자주 접했던 문화 혹은 코드들의 기원을 알 수 있었다. 더 많은 성장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더 많은 자금으로 마케팅과 매출 성장에 돈을 들이붓는, 소위 "돈을 태운다"하는 식의 성장은 손 마사요시와 그가 투자한 야후에서 시작됐다.
야후가 성장하기 위한 열쇠는 야후가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야후가 초기에 수입을 발생시키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것이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광고 수입을 마케팅 지출로 재투자해야만 사업을 계속 확장할 수 있었다.
알토스벤처스와 같은 VC의 투자법이라고 알려졌던, 회사가 어느정도 성장한 후에도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지 않고 창업자를 믿으며 회사의 다음 단계로 전진시키는 것은 피터 틸과 같은 엔젤 투자자들의 태도에서 왔다.
엔젤투자자로서 더페이스북을 지원하면서 이사회 이사로도 활동한 피터 틸은 창업자가 벤처투자자와 지배권을 공유하지 말고 자신의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니콘 기업의 등장이 자연스러운 투자 역사 흐름의 산물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벤처캐피탈은 회사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서 줄여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90년대부터 전문경영인을 선임하지 않고 창업자를 믿고 다음 스테이지로 이행하는 실험이 시작되었다.
마크 저커버그는 처음부터 엔젤투자를 많이 받았고, 엔젤투자자들은 창업자에게 많은 지분을 요구하지 않았다. 유리 밀너와 같은 성장 투자자들은 2009년 한발 늦게 페이스북에 투자하면서 과거 투자자들을 엑싯시켜주기도 했지만 이사회 자리도 요구하지 않았다.
기술기업 창업자들은 밀너에게 자금을 지원받음으로써, 대체로 이사회 이사 자리를 요구했던 전통적인 사적 투자자들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그들은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분기별 자료 요구, 규제에 근거한 정보공개 요구, 자사 주식과는 반대방향으로 투자하려는 헤지펀드 트레이더들의 행위처럼 주식공모에 따른 규율을 피해 갈 수 있었다.
창업자는 투자금을 무척 받아 회사의 기업가치를 불렸지만 IPO를 미루며 엑싯 압박에서 벗어났다. 이러한 발전 과정이 기업가치가 매우 높음에도 상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유니콘 기업을 자연스럽게 발명해냈다.
사람들은 좋은 투자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돈을 넣겠다고 하겠지만, 많은 우량 회사는 투자할 기회 자체가 희소하다. 상장회사가 아닌 OpenAI나 SpaceX에 돈을 넣기가 힘든 것처럼. 어떤 투자는 분석하고 전략을 조정하기 보다,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내 자원을 밀어넣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스콧은 이 방문객에게 원한다면 로비에 앉아 있을 수는 있지만, 주식을 얻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대답했다. / 몬터규는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 의 사무실에서 잠을 자면서 걱정해야 하는 유일한 문제는 치아 위생이라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저 칫솔도 있어요. 여기 그냥 드러누워 있겠습니다.” / 그날 저녁 7시 15분 전에 스콧이 다시 나타나서 말했다. “몬터규 씨, 당신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워즈니악이 집을 사기로 했는데,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 주식의 일부를 팔겠다는 것이다.
손 마사요시는 외계인이나 침략자로 표현된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이 당황스러울만은 한게,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이나 현대 정도 되는 기업의 총수가(이재용 같은 사람이) 한국에서 번 돈 싸들고 실리콘밸리로 와서 초위험 기술주 투자를 갈기고 있었다.
야후 팀이 결론을 내리기 전에 손정의는 두 번째로 파격적인 수를 두었다. 그는 모리츠와 창업자들에게 야후의 주요 경쟁자들이 누구인지 물었다. /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익사이트와 라이코스입니다.” / 손정의는 비서 중 한 사람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받아 적게.” / 그러고는 모리츠와 창업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야후에 투자하지 않으면 익사이트와 라이코스에 투자해서 야후를 망하게 할 것입니다.”
폴 그레이엄의 2000년대 초반 발언은 IT기업이 그 생명을 지속하는데 있어 필요한 아주 단순한 진실을 일깨운다.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당신이 버는 것보다 적게 지출하라.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는 벤처캐피탈을(더 거칠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본과 이해관계자"를) 착취자로 정의하고 창업자들과 개발자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길 바랬다. 투자 시장이 잔뜩 쪼그라든 지금 한국 스타트업들에도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언급할만한 것, 저자의 벤처캐피탈에 대한 태도가 다분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벤처캐피털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벤처캐피털은 애초에 거대 기술기업을 지원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제품을 만드는 일을 돕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전자상거래, 개인용 컴퓨터, 소셜 미디어, 웹 검색이 없는 세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거대 기술기업들이 이후로 위협적으로 와닿았다면, 이것은 그들의 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 말미에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악의 사기를 친 테라노스와, 실상 까보니 사업적 혜자가 전무하고 지구 최강의 오너리스크가 있었던 위워크를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로 책을 끝냈다.
이 책은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나 투자 실패의 경과와 책임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것들에 궁금함이 생겨서 테라노스 사기극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The Inventor: Out for Blood in Silicon Valley"를 찾아 보게 되었다. 책에서는 바이두의 투자자로 언급된 팀 드레이퍼가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멱법칙과 투자 실패의 책임"이라는 다음 포스트에서 이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