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맥스 블로그

나는 어떤 개발자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앞으로의 기회와 선택을 위해 제가 어떤 개발자이고,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고 기록해봤습니다.

엔지니어링을 좋아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프론트엔드는 유저 경험과 인터페이스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동시에 클라이언트 프로덕트를 더 믿을만하고 버그 없는 기계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UI/UX만큼 상태 관리, 성능, 버그를 줄일 수 있는 설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어찌 보면 보이는 결과물이 중요한 제품이라서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프론트엔드 프로덕트는 백엔드, 디자인 수정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수많은 이유로 수정될 수 있습니다. 수정과 확장에 용이한 구조를 가진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전히 너무 어렵고 잘 모르겠지만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좋은 기계를 만드는 방법을 계속 탐구해 나가고픈 마음입니다.

또한 UI/UX는 디자이너, 기획자 분들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제품 내부의 면면은 온전히 개발자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라 관심이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서비스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서비스 개발자

개발을 해오면서 어느 회사를 가야겠다, 몇 년 후에 뭐가 되야겠다 같은 생각을 크게 한 적은 없습니다만 막연하게 CTO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최근부터 들기 시작했습니다.

서비스의 앞부터 맨 뒤까지 이해하고 어떤 부분이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클라이언트 개발 뿐 아니라 백엔드, 인프라같은 다른 분야의 개발도 익히고 싶은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고, 조금씩 해보고 있습니다.

개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도 서비스의 전체를 만들어보는 것이, 특정 분야 개발을 하는 것 보다 더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더 되고싶은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분야와는 상관 없는 일맥상통한 것이 있다고 보고, 어떤 분야든 공부하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해내는 역량을 가진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키보드 위의 구도자가 되고 싶은 개발자

열심히 생각해봤는데, 저는 개인적이고 물질적인 욕심이 크게 없습니다. 천억을 벌겠다 좋은 집이나 차를 사겠다 이런거요.. 제 가치 얼추 인정받고, 빈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정도라면 딱히 더 뭘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 듭니다.

그저 스스로가 더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바람이고, 기술을 공부하며 진리를 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프로그래밍이 기계를 만든다는 행위라는 측면에서 좋습니다. 기계는 어떤 상황에서든 엄밀하고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계 자체가 지닌 복잡성은 기계가 커지면 커질수록 엄밀하고 정확한 동작을 구현하기 힘들게 만듭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복잡성 속에서도 엄밀하고 정확한 동작을 수행하는 기계를 만드는 기술을 연마하다 보면, 더 복잡한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발과 기술을 공부하는 것을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잘 하기 위해 혹은 물질을 얻기 위해 개발과 학습을 지속하기보다는, 무한에 가까운 복잡성을 가진 기술 앞에서 겸손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학습을 꾸준히 계속해내고 싶습니다.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개발자

불교에는 무상(無相)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고정된 상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현상은 시시각각으로 생성되고 소멸하며 항상 변천하는데, 저는 그 이유를 무수한 현상이 또다른 무수한 현상으로 인해 인과관계를 띄며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게 일어나는 세계의 모든 현상이 인과의 고리(인연因緣)를 가지고 현상을 만들어내고 모든 것을 변화시킵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꽤나 과학적인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프로그램으로 얻는 모든 편의는 이러한 인과의 고리에 의한 것입니다. 저는 제가 작성한 코드와 만든 제품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 편의와 의미를 줄 수 있다면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인연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무살 초반에 학생 사회에서 운동 비슷한 것을 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습니다. 동시에 진보하려면 조직이나 연대도 필요하지만, 오히려 기술이 사람의 마음과 투지에 비해 더 꾸준하고 직접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연마하며 많은 사람들이 어제보다 덜 고통받고, 이해받으며 살 수 있는 세상에 더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Written by 김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