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맥스 블로그

비전공자인 내가 개발을 공부하는 이유

자유롭고, 측정 가능한 내가 살고 싶은 삶

지킬 블로그가 쓸만해질 정도로 커스텀을 끝냈다고 생각해서, 테스트 포스팅을 지우고 뭘 하나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부하지만 나름 개발 블로그의 첫 시작이니까, 왜 인문학 전공자인 본인이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러프하게 정리해 보려고 해요. 움,,, 친구나 지인에게도 "왜 개발함?"에 대한 답을 자세하게 이야기 해 본적은 없어서 블로그에 쓰기가 뭔가 조금 부끄럽고 그렇지만...😬

개발 왜 함?

제가 개발을 배우는 이유를 거칠고 짧게 정의한다면 공부한 것들이 그대로 남아 척척 쌓여 "스택"이라고 불릴 수 있는 기술들이 제 인생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였습니다.

어디서든 제가 가진 것으로 인해 보호받고 일정량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죠. 제가 할 수 있는게 스택을 나열하는 것으로 정확하게 표현된다면 그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제 것일 테니까요. 제 것이 확실하게 존재하면, 저는 굳이 험한 곳이나 제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겠죠.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잘만 한다면 인정받을 수도 있을것이구... (물론 잘해야 하고, 이를 증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요)

코로나가 터진 뒤 밖에 나가기 싫어 증상도 없는데 자가격리를 시작할 정도로 아싸인데다가, 대인관계 기름칠에 그렇게 소질도 없어서 무수한 과동기들이 진출하는 영업이나 은행은 진작에 생각이 없었어요. 시키는 일만 하는 것도 이골이 날 테고 원래 반골이란걸 알기 때문에 공공기관도 크게 관심이 없었고요. 능력에 대한 평가가 스택화되어있지 않아 한 십수년을 해도 내가 이걸 잘하는걸까 고민하게 된다면 결국 사오십이 넘어 제가 누군지 고민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게 측정 가능한 개발이 좋았어요.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다른게, 그게 눈에 보이는게 참 신선하잖아요. 그게 참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물론 제가 그동안 해왔던 것들과는 이질적이라 삽질 죽어라 하게 되지만 뭔가 다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면 뭐 그것도 나름 괜찮구요.

원래 사람 적성이란걸 잘 믿지 않아서, 닝겐이 시간만 필요할 뿐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뭐 비전공자로 개발 시작하는건 부담도 아니었고, 공부하는게 짜치지 않으니 언젠가 잘 할거라는 확신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물론 그 '언젠가'가 절대 안 올 것 같지만;;) 학교도 문과 위주 학교라 그동안 주위에 개발하는 친구가 좀 없었지만, 점점 조금씩 만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만날 사람도 무지 많을테니 걱정하진 않습니당.

원래 뭐 하려 했음?

원래는 기자가 되고 싶어서 학교에서 학보를 오래 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독립잡지같은 거긴 한데, 대학에서 영문학이라는 전공을 택할 때도 글을 잘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간 거였어요. 근데 2년 정도 기자 흉내를 내 보면서, 제가 뻔뻔하지를 못하더라고요. 징계를 가지고, 고소를 가지고 압박을 해오는 빌런들이랑 맞서면서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센 척이 필요했고, 겁을 내면 안 되었었는데 저는 엄청 쫄았었어요. 안 쫀 척을 하는데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죠. 조그만 사회인 학교에서마저 이렇게 잘 못하는데, 진짜 기자는 못 할 것 같았어요. 기자를 하게 된다면 저는 제 모습과 성격 그대로 지키면서 살아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결국 꿈을 포기하고 자유를 선택한 셈인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 보다도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한 거죠. 개발은 기술과 능력이 저를 어느정도 보호해줄 테니까 제 본 모습은 그대로 지니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있어요. 뭐 안 그럴수도 있는데...

물론 기자는 포기했지만 글쓰기는 아직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겪어보니 글로 먹고사는 건 좀 다른 문제더라고요.

비전공자, 개발 할 만함?

할 만 합니다. 배우는거 자체가 막 어렵다고 생각은 안 해요. 물론 깊이 들어가면 너무 알아야할 게 많아서 좀 정신없고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거지만...

전공자에 비해서 컴공 지식이나 수학 공학 기초가 부족해서 개발 공부 하기 힘드리라 생각하실 수 있는데, 사실 그것 역시도 계속 공부해나가면 되니까 괜찮습니다. 오히려 시작할 때 주변에 개발하는 사람이 없는게 전 좀 힘들었어요. 물론 지금에야 개발하는 친구 꽤 만났지만, 처음에는 방법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알려줄 사람도 없고 계속 시행착오만 했으니까요.

웹 개발 동아리에 들어가서 사람들을 좀 만나봤는데, 중학교때 개발을 시작한 친구라던지, 대학 입학 때부터 컴퓨터 공학을 전공으로 삼았다던지 저보다 훨씬 빨리 시작한 친구도 있죠. 물론 시간을 더 일찍부터, 많이 투자했다면 더 잘하는게 당연하니까 그들과 저를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결국 중요한건 제 페이스라고 생각해서... 그냥 어제보다 잘하는게 목표입니다. 단순하게 단순하게..

마무리

뭔가 글이 길어졌네요. 그리고 쓰다보니까 제 자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뭔가 글을 계속 쓰면 뭔가 옛날 감상에 빠져버릴 것 같아 이만 줄이고 다음부터는 개발 관련 글 쓰겠습니다...!


Written by 김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