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맥스 블로그

망한 연애

왜 우리가 함께 있어야 할까

이별 끝에 혼자가 되면 나는 늘 망한 연애를 혼자서 다시 쿡쿡 찌르고 들췄다. 내 잘못들은 잘게 체로 걸러져서 바닥에 남았다. 이러면 안 되었던 것이다. 내가 이래서 연애는 망했다. 이 의식은 유구하고 내 잘못은 없어도 만들어졌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이런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서로 중 하나가 잘못하지 않아도 연애는 망할 수 있다. 서로를 위해 완벽하게 디자인될 수 없는 두 명이 이별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듯 손 혹은 눈이 닿는 곳 모두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우연히 만난 다음에야 함께할 이유를 찾는데 보통 이게 잘 될 리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모를 때도 비교적 잘 살고 있었다. 두 명은 같이 있는 것보다 떨어트려놓기가 더 쉽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혼자인 것이 자연스럽다.

연애가 되려면 우리가 굳이 함께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이유들을 이기는 강한 무언가가 하나는 필요하다. 가짓수로는 이길 수가 없으니, 연애의 당위성은 강해야 한다. 대개는 그것이 없어서, 없어져서, 혹은 잘 못 알고 있어서 내 연애는 망해왔다.

왜 우리가 함께 있어야 할까. 그리고 또 왜 굳이 애인의 모습으로 함께 있어야 할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그런 것들을 끝에 끝까지 질문하고 늘어질 때 결국 답할 수 있는게 없다면 이별이 찾아왔던 것 같다. 이런 방식과 질문 밖에서 연애를 해본 적이 잘 없어서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Written by 김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