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와 길고 곧게 뻗은 선
매드맥스 세계를 나타내는 것이 길고 곧게 뻗은 선이다. 수직으로, 권력이 존재하는 시타델 가장 높은 곳에서 죽 그어내려 땅 아래에 숨어 굶주린 사람들에게 닿는 선. 또한 수평으로, 강한 이가 힘을 통해 모든 것을 갖는 야만 속에 몹시 희귀한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에 놓인 선.
시타델을 굴리는 물, 기름, 무기라는 자원은 이 두 선 상에서만 이동한다. 물은 가장 높은 곳에 저장되었다가 권력자의 의지를 통해서만 아래로 내리는 형태로 공급된다. 기름과 무기는 자원의 원천인 다른 지역에서부터 고도로 무장한 자동차를 통해 부역하는 워보이들의 이동을 통해 조달된다.
문명이 망해버린 세계란 단순하기 짝이 없다. 세계를 구성하는 것들은 위나 아래,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에서만 이동한다. 모든 것은 소모되는 물건이다. 아무도 말을 듣지 않고 서로 죽이거나 죽어가게만 한다. 맥스는 눅스의 피 주머니다. 워보이들은 사실상 그들이 싣고 돌아오는 것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사람이 자원으로 갈아넣어지는 모습이란 현실 문명 세계에도 흔해서 이질감이 없다. <분노의 도로>에서 눅스가 "나는 위대한 일을 할 줄 알았" 다며, 발할라로 못 갔으니 난 정말 못났다며 자동차 짐칸에 철푸덕 쓰러져 있는 꼴이 사실상 번아웃 온 직장인이다.
퓨리오사는 수평선상의 이동에서 이탈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세계에 예외와 진보를 만들어낸다. <분노의 도로>에서는 기존의 도착지였던 낙원을 버리고, 떠나온 시타델을 새로운 도착지로 설정하는 역설적인 선택으로 구원을 창출한다. <매드맥스 사가>에서 시작은 수모를 당하는 입장이었지만, 힘 있는 자들의 '여기서 저기로 가라' 따위의 명령을 조금씩 어겨가며 힘을 쌓고 복수를 해낸다.
단순함과 직선성이 영화의 독특한 스타일을 형성한다. 하얗게 칠한 인간들이 기암괴석 사막에서 "8기통!!!" 을 외치며 입안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세계란 다분히 설명을 필요로 하지만, 영화는 구 체적인 설명이나 배경을 정리해서 전달하지 않는다.
그냥 관객을 차 짐칸에 태우고 엑셀 존나 밟을 뿐이다. 뭐지 싶어 두리번대다 보면 임모탄은 딱 봐도 나쁜 사람이고 쟤한테서도 도망치는 이야기구나. 앞옆뒤가 다 사막 뿐이니 얘네가 가는 곳은 뭔가 초록초록한 곳이겠구나... 하는 것들이 머리에 들어온다. 세계를 천천히 드러내며 만든 여유공간에서 자동차를 부수고 폭발 굉음으로 가득 채운다.
trivial
재개봉 덕분에 비슷한 시기에 <분노의 도로>와 <매드맥스 사가>를 모두 영화관에서 보았다. <분노의 도로>는 롯데 월수플에서 봤는데 화면이 길어서 영화의 직선성과 너무 어울렸다. 쉴 틈 없이 압도되는 느낌이었는데 다 보고는 너무 기가 빨렸다.
<매드맥스 사가> 화면이 너무 선명해서 아쉬웠다. <분노의 도로>의 자글자글한 필름 질감이었다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프리퀄인데 화면이 더 선명한게 말이 좀 덜 되는 느낌이었달까.
<분노의 도로>의 사실상 주인공도 퓨리오사였기 때문에 맥스의 비중이 오히려 적어 속편이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글로벌 흥행 참패가 예상되어 3편 제작 여부가 불투명하다고.